4월 28, 2011의 게시물 표시

안티 풋볼

* 레알이랑 바르샤랑 축구를 하는데, 이건.... 뭐 흔히 레알의 축구를 안티풋볼이라고 한다. 그 화려한 라인업으로 맨날 안티풋볼을 하는 건 아니고, 바르샤에 대항할 때만 그렇다. 아무튼 축구를 잘 하자고 경쟁하면, 맨날 바르샤한테 깨지니까, 차라리 축구가 작동되지 않게 하자는 거다. 몸싸움과 수비 집중, 미드필드 라인을 후퇴시켜서 공격의 최전방이 아닌, 수비의 최전방으로 삼는 축구. 머 대략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아부지 때문인데, 아마도 내가 본 선거 가운데 아마도 아부지가 (이렇게 격렬하게)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서다.  여기에는 길고 긴 스토리가 있는 것인데...... 먼 옛날 1.4 후퇴 때 쫓겨 내려온 아버지에게 정치란 생명을 담보한 전쟁의 연장선상이랄까. 김동춘 아저씨가 전쟁과 사회 서문에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는 진술을 빌려왔지만, 결국 책의 내용은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비롯된 외상적 강박에 좌우되는 정치를 해명(?)해 주었듯이, 아버지 세대의 정치 역시 언제든지 폭력과 전쟁, 더 좁게는 갈등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치적 뇌관을 제거하는 데 바쳐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이 의존하는, 정치는 화해의 장이라는 무기력해 보이는 수사는, 실은 아주 강박적이고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언술인 셈이다.  안티풋볼이 프로 축구의 존재 이유 자체를 위협하면서까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내 아버지의 정치관은 근본적으로 '반정치'의 형태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아니, 더 극단적으로 '반정치'일 때만 정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아버지에게 반한나라당이라는 구호는 저항적이라기보다, '반정치적'인 무엇일 것이다. 이건 민주 대 반민주, 머 이런 구분과도 또 다른 것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