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아, 거울아, 동화 속에서 마녀는 거울에게 묻는다. 그러나 백설공주는 거울을 가지지 않는데, 사회적으로 승인된 자아상이란 이처럼 거울을 내면화하거나 은폐한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일관된 거울상을 지닌 이들은 더 이상 거울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일관된 거울상이란 결국 사회적으로 승인된 자아 이상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때문에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자아,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거울상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자아는 확고한, 승인된 자아 이상을 획득하지 못한 주체의 증거라고 하겠다. 한 마디로 마녀가 거울에게 물어보는 행위는 마녀가 사회적으로 승인받지 못한 자신의 자아를 벌충하고자 하는 강박 때문이다. 그런데, 거울은 이처럼 확정되지 못한 자아를 확인해주는 기능과 동시에 다시 거울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지금의 자아를 유예시켜 주기도 한다. 즉 다시 거울 앞에 설 때까지 나는 지금의 불확정적이고, 승인되지 못한 나를 처벌하지 않고 유예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노출증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자기 처벌을 유예시키는 쾌락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는 외설적이고 노골적이고 비인간적인 어떤 것을 솔직한 것으로, 내면에 성실한 것으로 호명해오고 있는데, 이 같은 사회적 노출증이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망가지거나, 깨진 자기 정체성을 유예시킴으로써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차라리 불안을 살아내는 것이 더 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