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 2010의 게시물 표시

이빨도 안들어가는 시

* 오선생님이라고, 나한테 선생이 하나 있었는데, 뭐 술 좋아하고, 도박 좋아하고, 돈도 좀 좋아하고, 시도 좋아하고...시 선생이었다. 아무튼 어느날 오선생 왈, 내가 쓰는 시는 너무 딱딱하다는 거다. 이빨도 안들어가는 시. 이빨도 안들어가는 시라니..거 참, 맞는 말씀이다.....시를 좋아하고, 시만 읽어가지고는 시인이 될 수 없나니...   * 지하철에서 시집을 꺼내 읽으면 참 부끄럽다. 회사에서도 그렇고....미국식으로 부끄럽다..... 캄캄한 밤에 조용히 시집을 꺼냈다가, 에라이...하고 욕나오는 시집들은, 좀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된다. 그 밤에 혼자 조용히 깨어나서, 시집에 대고 욕하는 사람의 심정을 시인들은 좀 알아야 된다.   * 시쓰는 일은 별 게 없다. 내가 아주아주 나약하고, 비겁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일부터다. 좀 더 나아가면 내가 아주 나약하고, 비겁하다는 것을 완전히 인정하는 순간, 시는 굳이 말걸지 않아도 커뮤니케이션 이상의 무엇이 된다.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가...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시가 그렇다. 약한 사람이 시를 쓰고, 한없이 약한 사람들의 곁에 남는 게 시다. 사회적 약자..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무지무지 강해져야 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외엔 더 방법이 없는 사회에서 시를 쓴다는 건, 그 많은 사람들 대신 나약하다고 말하고, 그 나약함을 보존하는 일이다. 나약한 것도 살아남 게 하는 게, 그런 게 시의 이념이라고 알고 있다.   *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요만큼도 약점을 보이려고 하지를 않는다. 때로 작은 흠은 그 사람의 매력이 되기도 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되기도 하는데,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밀어붙이면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자신의 나약함을 내보이는 일이 없다. 설사 조금 그런 모습을 들키게  되면 너무 심각하게 반응한다. 뭐 조직에서는 좋아하는 인간형이기는 하다만, 나처럼 농담에서 농담으로 끝나는 인간과는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당혹스러워 한다.    쿤데라의 농담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