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 2010의 게시물 표시

눈온다

* 헤겔 철학은 잘 모르지만, 그를 씹어 삼켜본 적은 없어도 길고 긴 혓바닥으로 햝아본 적은 있으므로...헤겔주의자에게 '예외적 주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쿵짝쿵짝. 눈이 온다. 헤겔에게 세계를 정의내리는 일자는 존재할지 몰라도, 수많은 다양한 재정의와 해석이 가능한 '예외적 존재'가 가능할 리가 없다.   * 헤겔 월드에는 종교나 초월적 일자는 존재할 수 있지만, 예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헤겔의 일자는 세계 내로 도래할 수 없다. 세계와 일자 사이에 인간은 그 둘을 매개하는 유한한 현상일 것이다. 예수와 같은 매개가 필요도 없고, 또 그에 의한 일종의 재해석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거다.   * 헤겔은 안녕, 눈이 온다. 늦게 일어났는데, 눈이 무지 많이 올 거라는 기상 예보로 인해 도로에 차가 없고, 택시는 씽씽. 지각은 했지만, 굉장히 빨리 회사에 도착했다. 새벽에 잠깐 깨었는데, 눈이 안왔더랬다. 담배 피우면서 최승자 시인 생각을 잠시 했다. 좋아하긴 하지만 머랄까 다르다. 어떤 시들은 좌표만 겨우 가늠될 뿐, 감각적으로 나와는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깝다고 더 좋은 시라는 건 아니고.....최승자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있지만, 어떤 섹터가...없다...섹터라는 게 나쁜 뜻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친밀한 세계이고, 또 한편으로 눈 먼 내가 머무는 세계, 만지지 않고는 알 수 없고, 만질 수밖에 없는 세계.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 강박이 아니지만 떼어낼 수도 없는 뭐 그런 거 말이다.   * 음. 원래 섹터의 지식인들은 머리가 짧아야 옳다. 빡빡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