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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否認) / 도착 / 합리

* 도착은 부인이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착은 그래서 존재한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존재이므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착자들이 '믿는 것처럼 행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존재의 인과를 추궁하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추궁하는 것이다. (그러나 존재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그 이유를 스스로 생산할 수 없다. 존재의 기투성은 그래서, 상징성과 상호 의존적이다.) 그 인과가 치밀할수록, 자세할수록 도착자는 '존재 여부'에 더 늦게 도달한다. 그런데,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즉 부재를 믿는다. 그는 '존재 여부'에 도달하는 것을 지연시키지만, 또한 '부재의 확인'이 스스로에게 도래하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기도 하다. 도착의 뫼비우스는 이처럼 안과 바깥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도착은 역전이 아니라, 구분과 차이의 폐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