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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의 해부 / 불안의 탄생

* 이분법은, 고착된, 잘못된, 인과 관계의 전면화다. 적대적으로 보이는 이분법의 두 범주는 실은 같은 인과관계를 따르고 있으며, 그 인과를 생략함으로써 이분법은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면화된 이분법은 그 인과를 해명할수록 무력화된다. 말하지면, 이분법은 진짜 인과를 은폐하기 위한 가짜 적대, 가짜 전선의 전면화이다.    그래서 이분법이 보여주고자 하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의 공존, 그것으로부터 유발되는 불안과 위기감은 이분법이 감추고 있는 진짜 인과가 가지고 올 더 큰 공포, 더 큰 위기에 대한 방어다. 이를테면, 민주대 파쇼의 이분법은 부르조아 민주주의가 혁명에 대해 품고 있는 위기감과 공포에 대한 방어다.   * 이와 같은 매커니즘은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성폭력 이후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성적 욕망에 대한 강력한 억압과 동시에 강화되는 성욕은, 금지에 의해 더 강화되는 욕망의 매커니즘을 넘어, 불안을 조장한다. 실은 이 불안이야말로, 그가 선택하는 방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이라는 쾌락을 완전히 말살시키는 전적인 폭력, 무력감, 외상으로부터 주체가 성을 보호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이 금지-쾌락의 이분법을 통해 발생하는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외상은 존재하지만, 그것에 대한 감각적 실존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그는 외상의 도래를 지연시킨다. 불안은 그가 외상의 도래에 대비해 끊임없이 자신의 기억과 감각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상은 끊임없이 그의 현재에 도래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억, 감각의 왜곡, 은폐, 재구성을 통해 그 논리적 시간을 뒤트는 것이다.    그는 지금 여기 있지만, 그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된다. 자신의 좌표가 발각되는 순간 외상이 그를 거머쥘 것이다. 그는 자신의 현존을 끊임없이 지연시키고, 그것을 위해 '외상'의 입장에서 자신을 감시하고, 의심함으로써, 외상으로부터 좀 더 효과적으로 스스로를 은폐시키려고 한다.    이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