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 2010의 게시물 표시

퇴근길의 호로비츠

* 적당히 추웠다. 퇴근 길에 호로비츠를 듣는다. 퇴근길에 듣는 음악들은 내가 사실 얼마나 허약한 욕망을 가졌는지, 스스로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날이 적당히 춥고 호로비츠를 듣고 있으니 머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원하는 것이 별로 없다. 나는 예외자로, 혹은 이방인으로 머무는 시간들이 가장 온전하다. 내가 글쓰기를 쉽게 그만둘 수 있었던 것도, 또 쉽게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도, 또 그것과 결별하는 일에 별로 마음이 쓰이지 않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다.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요컨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한정된 자유 안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예외자를 손쉽게 정의하자면 뭐 그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