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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

* 숭고는 실재의 도래를 흉내내는 행위다. 외상적 실재의 도래를 상징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행위. 그러나 숭고는 실재가 상징 질서 안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숭고에 있어서 '흉내'는 재현적 모방이 아니라, '흉내'가 실재 그 자체와 결코 동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차이를 확인하려는 행위다. 그러니까 숭고는 '타자성'이 완전히 제거된 타자다. 아니, 숭고는 타자의 '타자성'을 끝도 없이 타자의 타자에게 위임한다. 기존의 상징 질서를 추인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타자가 곧 숭고다.    우리가 사랑의 어떤 순간, 어떻게 보면 가장 부정적인 사랑의 순간, 사랑이 오로지 나라는 주체에 귀속되는 순간, 사랑이 나라는 환원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절망의 순간에 그래서, 숭고가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숭고의 영원한 위임장을 만들어봤자, 결국 실재는 그가 도래할 신체로 귀속된다...........그 위임장이 권위를 상실하는 순간, 혹은 그 위임장이 마침내 신체에 도달하고 마는 순간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전쟁터의 종군 신부, 종군 목사들이야말로 숭고한 존재다. 그들이 없다면 신체는 좀비가 될 거다. 숭고와 실재 사이를 헤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