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 2010의 게시물 표시

주화입마

* 책 읽기를 멈추면 주화입마.....하게 된다. 내가 책을 읽는 건, 내가 나로 끊임없이 환원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다. 그래서 주화입마가 뭐냐하면, 내가 타자와 나 사이의 차이를 통해 자기 동일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의 자기 확인을 반복하는 무의미하고, 불가능한 기획이다. 내가 나를 추인하고, 금지하고....내가 나를 북치고 장구치는 일이 강박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체가 구성하는 '나'가 어떤 이유에선지 주체가 호명할 수 없는 곳에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엉뚱한 곳에 구성된 '나'는 주체가 스스로를 외상과 격리시키기 위해 구성한 '나'이다. 주체는 이 '나'가 주체가 아닌, 외상이 구성했다는 논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주체와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알리바이들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러니까, 관계없음을 증명할 증거를 만든다는 것인데....   * 뱀파이어는 거울에 보이지 않는다. 거울상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것은 '자아 이상'의 단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뱀파이어는 '자아'를 구성하지 않는 주체다. 당연히 자아를 갖지 않는 주체는 상징 질서에 편입할 방법이 없으며, 타자와의 차이를 생산해낼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고유성이 아니라, 무한 반복되는 자기 동일성의 지옥이다. 결국 성적 주체의 공포란 본질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성적 환타지의 뒷면. 라캉의 성관계란 없다,는 선언은 뱀파이어들을 햇빛에 내놓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봐도 훌륭한 애니 뱀파이어D에서 인간을 사랑한 뱀파이어가 햇볕에 자신을 내놓은 장면은 그래서 욜라 라캉적이다....   * 숭고는 실재의 도래를 가장한 것이다. 좀비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