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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사표/ 형식 합리성

* 누구의 것도 아닌 창문, 창문의 것도 아닌 구름....기형도의 창문은 아무도 비추지 않는다. 흩어져나가는 구름이 잠시 비출 뿐이다. 기형도의 창문은 너무나 투명해서 창문 앞에 선 자를 비추지도 아니하고, 세계를 열어보여주지도 않는다. 기형도의 창문이 보여주는 것은 거기 못박혀 죽을 운명을 감당하는 주체를 보여줄 뿐이다.   * 선거에서 '사표'라는 용어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는 근거가 대의제 민주주의 선거의 정치 공학에  지나지 않는다면, 결국 형식 합리성이 주체의 윤리를 압살해도 된다는 뜻이나 다름 없다. 절차적 합리성이 지켜지면 내용의 합리성이 보장된다는 무의식적 전제들, 기계적 균형, 윤리를 압도하는 형식, 사라지는 주체....형식 합리성에 대한 맹목은 '직접' 민주주의조차도 그 형식의 우월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형된다. 이때 직접 민주주의의 '직접성'은 정치 주체의 자기 동일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형식 그 자체의 직접성이다. 아마 궁극적으로 그것은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직접주의(?)' 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