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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선언

* 깃발은 드높고, 고결하고, 우리의 이상, 꿈을 선포하는 것 같지만, 깃발은 나무에 걸어놓은 우리들의 내장이다. 깃발은 우리가 곧 죽을 존재들이라는 이야기이다. 깃발은 꿈의 선포가 아니라, 죽음에 맞서는 우리들의 태도 그것이다. 깃발은 가장 먼저 썩는 우리, 고기의 부패를 막기 위해, 제일 먼저 꺼내 걸어놓은 내장. 만일 깃발이 숭고하다면, 그것은 가장 먼저 부패하고, 냄새를 피우는 내장을 우리가 꺼내 그곳에 널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부패할 것임을 인정하고, 죽을 목숨들임을 받아들이며, 또 한편 우리의 내장을 거기에 걸어놓아, 그 사실을 상기시키고, 선포한다.......   * 임주연 - 비둘기

히스테리

* 대부분의 욕망은 결여를 메우고, 보충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히스테리의 주체는 외상을 배제하고, 격리하고, 폐쇄시키려고 한다. 히스테리는 외상 때문이 아니라, 외상을 폐제시키려는 주체의 욕망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니까, 히스테리의 주체는 결여를 확보하고자 하는 주체이면서, 이미 그것에 실패한 주체이다. 그러므로 결여가 결국 '아버지의 부재'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히스테리증자가 아버지의 자리(결여)를 강화시키고, 또 한편 외상을 폐제시키려고 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일관된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모든 부재는 '존재'의 예외로써 기능하기 때문에, 결국 존재를 그 전체로 가능하게 만든다. 그것이 부재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히스테리의 주체는 예외를 가지지 못한 주체다. 히스테리의 주체에게 예외는 오직 그가 폐제시킨 외상 뿐인데, 외상은 평소에는 완전히 폐제되었다가, 돌발하는 순간 '전체'의 구조를 환기시키고 폭로한다. 히스테리의 주체가 가진 유일한 예외, 즉 외상이 전체를 규정한다. 때문에 히스테리증자는 스캔들로써 '전체'가 폭로되는 쪽을 선택하기보다, 주체 스스로를 섹터화해 이곳에 스캔들을 가둔다. 히스테리증자의 죄의식은 '전체' '세계'라는 스캔들을 자신의 몸안에 옮겨놓은 희생제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