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 2010의 게시물 표시

코끼리가 차지한 세계

* 방 안에, 몸 안에, 주머니 속에, 머릿 속에 코끼리가 들어 있습니다. 그때까지 코끼리는 만질 수는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지나지 않습니다. 코끼리를 어떻게 격리할 것인가, 혹은 코끼리의 생태계와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혹은 코끼리를 어디에 감춰둘 것인가, 하고 머리를 굴려봅니다. 코끼리는 불어나지 않지만, 코끼리에 대한 질문들만 불어나 둑을 넘습니다. 결국 우리는 가난하게도, 그 질문들을 막는 데 급급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결국 코끼리가 사라지고 코끼리에 대한 질문만 남아 있는 세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은 코끼리를 살해하고, 간신히 그 질문만 떠도는 세계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코끼리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장님에, 거짓말쟁이입니다. 코끼리는 어디로 갔나요? 가장 잘못된 질문이 우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코끼리가 방안에도, 몸안에도, 주머니속에도, 머릿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있습니다. 코끼리가 세계를 완전히 차지해버린 곳에서는 코끼리는 소속도, 섹터도, 좌표도 없이 존재합니다. 만질 필요도, 볼 필요도 없죠. 코끼리가 세계 그 자체, 아니 코끼리가 턱없이 비좁은 세계 바깥으로 삐져나옵니다. 코끼리가 예외까지 전부 다 차지해버린 세계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거짓 딜레마, 당신의 잘못된 질문을 코끼리가 부숴버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관찰자가 아니라, 목격자가 되어 증인석으로 불려 나왔습니다.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면서 동시에, 개인적 취향과 도덕, 위치와 세계관에 하등 상관없는 사실 그 자체만을 간신히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당신은 침묵하거나 대답할 수 있을 뿐입니다.     고통은 예외가 존재할 때에 가능합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존재한다고 믿을 때, 고통이 존재하는 것이죠. 고통이 전부인 세상에는, 고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코끼리가 전부인 세상이 당신을 목격자로 세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 거기 동참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