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시간

* 통시적/ 공시적 관점의 구분은 시간의 자연적 흐름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내러티브를 구성하느냐, 아니면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인과와 논리에 따라 이를 구성하느냐의 차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반면, 논리적 시간은 통시적으로 확정된 내러티브를 일정한 지향을 가진 논리와 인과를 통해 재구성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논리적 시간은 공시적으로 재구성된 내러티브를 마치 '통시적 관점'인 양 묘사하고 표현한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이를테면 출고된지 며칠 안된 신형아반떼가 갑자기 발화돼 불에 타버린 뉴스를 예로 들어보자. 사건 운전자의 가족이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 퍼뜨려 많은 이들이 해당 사건을 알게 되었는데, 통시적 시간은 발화 사건이 먼저이고, 인터넷에 소식을 전한 것이 그 이후이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논리적 시간에 이 운전자가 매몰되었다고 가정하자. 운전자는 가족이 인터넷에 루머를 만드는 잘못된 습관 때문에, 차에 발화가 되었다는 식으로 이 사건을 구성하고 묘사한다. 그리고 가족을 비난한다.

 

  여기에는 분명한 '지향'이 있다. 그리고, 이 지향은 대개 통시적 관점을 비틀어줌으로써 내러티브의 '공시적 관점' 즉 논리와 인과를 완전히 휘발시키려는 의도를 가진다. 위에 만든 이야기는 극단적인 예이지만, 우리는 사실 아주 많은 경우에 이와 같은 '논리적 시간'을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살아내고 있다. 위 이야기의 지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와 같은 '논리적 시간'으로 재구성된 내러티브의 수혜자가 누군지를 잘 알 수 있다. 신형아반떼를 만든 회사일 것이다. 또 운전자는 가족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명확한 결론이 보이지만 그러나 실제로 '논리적 시간'이 보여주는 지향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고, 그 지향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

 

*

댓글

  1. 뭔가, 한꺼번에 이해되는 기분이 드네요...^^



    이 글을 읽으니

    다자이 오사무 '사양' 에

    환각제 빠져 방황하는 동생 나오지를 일컬어 누나 여주인공이

    저녀석은 문학에 빠져서....

    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갑자기 떠올라요.

    그야말로,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군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말 그대로 문학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옹, 저는 문학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고

    직업도 아니고

    그냥 일상 생활에서 뭔가 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 같습니다..

    답글삭제
  2. 저 위에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주인공, 운전자는 가족을 증오하기도 하고, 회사를 보호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놓았지만.....실제로 현실에서는 가족에 대한 증오만 보이게 됩니다. 또 가족에 대한 증오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할수록 '회사-자동차-운전자'의 관계는 내러티브에서 잊혀지는 것이구요....



    그런데, 이와 같은 논리적 시간에 관한 이야기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꽤 많이 접할 수 있다는. ㅎ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정치는 뒤늦게 도착하기도 한다

종말론 대심문관

케인즈, 슘페터,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