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클리닉은 말한다

* 자본주의는 욕망의 본질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는 것이라고 호도한다.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 그런데, 그럴까? 자기 계발서들은 원하는 것을 얻으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해진 일들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욕망을 선취해야 한다는 말에 더 가깝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통제함으로써, 삶이 가진 우발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며 그것이 욕망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어떤 욕망들을 완전히 말살시키고, 누군가의 욕망에 완전히 투항하라는 말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알 수 있다는 것은 좀 과장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까...뭘 모를까? 자신의 욕망 말이다. 욕망은 언제나 타자의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반드시 정치적인 것인데, 정치적으로 백치이므로, 좃도 욕망에 대해서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야기가 샜다....

 

 열받네.

 

 좋다. 양보해서 탈정치적으로 생각해보는 거다. 당신이 켄 로치 영화를 보고도 아무런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참고로 나는 켄 로치 영화를 보면, 눈이 충혈되고, 몸에서 식은 땀이 마구 나며, 손발이 지 멋대로 움직이고, 체온이 70도 이상 올라가 헛소리를 중얼거린다. 심한 경우에는 귀에서 북치는 소리가 들리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당신이 켄 로치 영화를 보고도 위에 열거한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개뿔이나 정치적인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다. 불구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당신은 불구이고, 나는 어떤 종류의 클리닉이다. 사실 이 땅에는 정치적 불구를 위한 클리닉이 몹시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다. 조선일보나, 여타 신문들이 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정치적으로 불구인 사람들이 매우 몹시 살기 좋은 나라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사회적 복지는 그냥 개판인데, 정치적 복지가 매우 기형적으로 발달된 나라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는 정치적으로 불구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아주 상식적인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모습도 왕왕 보일 만큼, 성숙한 정치-복지 제도와 공동체적 정치 윤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불구를 위한 클리닉이라고 하면 조선일보를 곧장 떠올릴 수가 있기 때문에 나는 클리닉이긴 하되, 반드시 당신이 불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회원카드를 끊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클리닉이라고 가정하자. 이 클리닉 안에는 작고 어두운 방이 하나 있고, 그 방에는 작은 수상기가 놓여 있는데, 그 화면에는 1년 365일 켄 로치 영화가 돌아간다. 당신은 그 방에 들어가서 30분에서 1시간 여 동안 화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 시간 동안 당신에게 아무런 신체적 변화가 없으면 당신은 불구다. 조선일보 클리닉에서는 화면에 김정일의 일상이나, 뉴타운 개발 장면이나, 이건희의 얼굴 따위를 띄워놓고 당신의 신체적 변화를 읽는다고 들었는데, 그 방법 역시 정치적 불구를 선별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당신이 불구인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게 조선일보의 영업비밀이다.

 

 자, 이제 길고 아름다운 선별 작업이 끝났다. 당신은 정치적으로 불구다. 동시에 행운아다.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불구인 당신을 한 사람의 상식적이고, 온전한 인격으로 대해줄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는 보기 드문 나라니까.

 

 나, 클리닉은 당신이 불구라는 전제 하에 말하겠다. 당신의 욕망은 오로지 우발성을 통해서만 해명되는 것이라고, 아니 오히려 그 우발성을 통해 욕망보다 더 한 실재가 도래한다고....당신이 당신의 욕망이라고 부르는 그것이 우발적인 것에 아무 면역력이 없다면, 그것은 의심해봐야 한다고. 그것은 전혀 당신의 욕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아니, 더 엄밀하게 말하면, 당신이 타인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사로잡힌 것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도대체 누구의 욕망을 실현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야 한다고.

 

 

댓글

  1. 뭔가 엄청 열받으신듯...



    저는 내키는데로 살고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그거슨 바로 싫은건 않하겠다는 유치한 욕망일 수도 있는데, 머 직딩들끼리 다 아시다시피 그런 욕망을 하루라도 충족하는 삶을 소망하느니 데쓰노트나 알라딘의 램프쪽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지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시간을 잘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자원에 비유하는 논리를 이제 몸으로 알게되었는데 참 슬퍼요.. 다시 멍청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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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화낼려고 포스팅한 건 아닌데, 쓰다보니...



    제가 몹시 화난 상태라는 걸 알게 되는군요.



    자기 분석에는 '전이'가 없는데요, 분명한 건 글쓰기에는 그것이 존재합니다. 놀랍죠? 스스로가 또 하나의 스스로에게 '전이'가 가능하다는 거요. 글쓰기에는 분명 그런 기능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이를테면, 롤랑 바르트가 롤랑 바르트에게 전이되는 거죠. 그건 그렇고.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보다, 하길 싫은 것을 안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네요. 저의 평소 근거없는 지론인데, 실제로 겪으니 더 절절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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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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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onymous - 2010/04/07 17:17
    사실 저는 영국에서 태어났고, 켄 로치는 동네 아는 형이구요, 일요일 아침에는 같이 조기 축구를 합니다. 그리고 저한테 500만원을 빌려갔는데, 아직 다 못갚았어요. 그래서 제 전화를 피하고 있죠. 그래도 저는 그가 좋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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